스페르미딘(Spermidine)은 최근 건강수명과 세포 노화 분야에서 관심이 커진 성분이다.
특히 오토파지(autophagy), 세포 항상성, 노화 관련 대사 과정과 연결된 연구가 알려지면서 밀배아나 쌀배아에서 얻은 스페르미딘 함유 원료를 사용한 보충제도 등장하고 있다.
다만 스페르미딘을 이해할 때는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세포 수준에서 흥미로운 생리 작용이 발견됐다는 것과 사람에게 특정 건강 효과가 충분히 입증됐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현재 스페르미딘은 유망한 연구 소재이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근거는 아직 축적되는 단계에 가깝다.
또한 국내에서 말하는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는 일반적인 영양 성분이나 해외 보충제 원료와 다른 규제 개념이다.
제품을 살펴볼 때는 ‘스페르미딘이 들어 있다’는 설명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기능성을 동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스페르미딘은 어떤 성분인가?
스페르미딘은 우리 몸과 식품에 존재하는 폴리아민이다
스페르미딘은 여러 아미노기를 가진 폴리아민(polyamine) 계열 물질로, 사람을 비롯한 생물의 세포에 자연적으로 존재한다.
세포 성장과 증식, 유전자 안정성, 세포 내 항상성 등 여러 생물학적 과정에 관여하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생명과학 분야에서 연구돼 왔다.
외부에서 보충제로만 얻는 물질도 아니다. 밀배아, 콩류, 통곡물, 일부 버섯과 숙성 식품 등 다양한 식품을 통해 섭취할 수 있으며, 장내 미생물과 체내 대사 과정도 폴리아민 수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스페르미딘은 새롭게 만들어진 합성 항노화 물질이라기보다 원래 음식과 인체에 존재하던 물질을 건강수명 관점에서 다시 연구하고 있는 성분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기능성 성분’과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는 구분해야 한다
스페르미딘이 생물학적 기능을 가진다고 해서 국내에서 곧바로 특정 기능성을 표시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원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식품안전나라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별 정보와 인정된 기능성을 별도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제품을 판단할 때는 스페르미딘이라는 성분명만 볼 것이 아니라 제품 유형, 사용 원료, 식약처 인정 여부와 실제 표시된 기능성 내용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해외에서도 법적 지위는 원료와 제조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고스페르미딘 메밀 새싹 분말이나 특정 발효 밀배아 추출물처럼 개별 원료의 제조 공정과 사용 이력을 기준으로 Novel Food 여부가 검토되고 있다.
스페르미딘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 연구 분야는 오토파지와 세포 항상성이다
스페르미딘 연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 중 하나가 오토파지다.
오토파지는 세포 내부에서 손상되거나 불필요해진 구성 요소를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세포가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생리 과정이며, 노화와 대사 연구에서도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스페르미딘은 여러 실험 모델에서 오토파지와 관련된 경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러한 이유로 스페르미딘은 칼로리 제한과 일부 유사한 세포 반응을 연구하는 분야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있다. 오토파지를 유도하는 기전이 관찰됐다는 사실만으로 사람이 스페르미딘을 먹으면 노화가 늦어지거나 수명이 늘어난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세포·동물 연구와 실제 사람에게 나타나는 임상 효과 사이에는 상당한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항노화 성분’이라는 표현은 연구 가능성과 임상 효과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동물과 세포 연구에서는 스페르미딘이 노화 관련 변화, 심혈관 기능, 염증 반응, 신경계 등에 미치는 영향이 폭넓게 조사돼 왔다.
이러한 연구가 스페르미딘을 건강수명 분야의 후보 성분으로 만든 배경이다.
그러나 현재 사람에게 노화를 예방하거나 수명을 연장한다고 확정할 정도의 임상 근거가 마련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제품 광고에서 ‘세포 청소’, ‘자가포식 활성화’, ‘노화 역전’ 같은 표현을 보더라도 연구 기전과 실제 사람에게 검증된 결과를 분리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스페르미딘 인체시험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왔나?
12개월 인지 기능 연구에서는 뚜렷한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스페르미딘의 가능성을 판단할 때 특히 주목할 연구가 2022년 발표된 SmartAge 무작위 임상시험이다.
이 연구에서는 주관적인 인지 저하를 경험하는 60~90세 성인 100명을 대상으로 밀배아 유래 스페르미딘 보충제를 12개월 동안 섭취하도록 했다. 하루 추가 스페르미딘 양은 약 0.9mg이었다.
연구 결과, 주요 평가 지표였던 기억 수행 능력에서 스페르미딘군과 위약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주요 바이오마커에서도 확실한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탐색적 분석에서 언어 기억과 염증 지표에 긍정적인 가능성이 관찰됐지만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결론이었다.
이 연구는 스페르미딘 연구를 해석할 때 매우 중요한 기준을 보여준다. 기전적으로 유망한 물질이라도 실제 사람에게서 같은 수준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안전성 연구에서는 비교적 양호한 내약성이 관찰됐다
2018년 발표된 소규모 연구에서는 60~80세 성인 30명이 스페르미딘이 풍부한 식물 추출물을 하루 1.2mg 수준으로 3개월 섭취했다.
연구 기간 동안 활력징후, 체중, 혈액학적 검사와 임상화학 지표 등에서 위약군과 뚜렷한 안전성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고 전반적인 내약성도 양호했다.
다만 참여자 수가 30명이고 연구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장기간·고용량 섭취의 안전성을 확정하는 자료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루 40mg 고순도 스페르미딘 연구도 효과보다 안전성 탐색에 가깝다
2024년에는 50~70세 건강한 남성 37명을 대상으로 고순도 스페르미딘 트리하이드로클로라이드를 하루 40mg까지 섭취한 탐색적 무작위 대조시험이 발표됐다.
최대 28일의 섭취 기간 동안 주요 임상·혈액학적 안전성 지표에서 유의한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혈중 스페르미딘 농도 자체가 크게 증가하지 않았고, 연구진은 체내 폴리아민 항상성 조절이 작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따라서 섭취량을 단순히 많이 늘린다고 혈중 스페르미딘이 비례해 증가하거나 건강 효과가 커진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
스페르미딘 원료는 어떤 형태가 있을까?
밀배아 추출물은 인체연구에 비교적 많이 사용된 형태다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스페르미딘 연구에서는 밀배아(wheat germ) 기반 추출물이 자주 사용됐다.
밀배아에는 본래 폴리아민이 존재하기 때문에 추출 및 농축 과정을 거쳐 스페르미딘 함량을 표준화한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SmartAge 연구를 포함한 여러 초기 임상시험도 밀배아 유래 원료를 사용했다.
다만 밀 유래 원료라면 스페르미딘 함량만 볼 것이 아니라 제조사의 알레르기 관련 표시와 원료 규격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쌀배아 유래 원료도 연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쌀배아를 이용해 스페르미딘을 공급하는 원료도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2025년에 발표된 소규모 파일럿 연구에서는 쌀배아 추출물에서 하루 3.3mg의 스페르미딘을 섭취하도록 하고 오토파지, 신경보호 및 심혈관·대사 관련 바이오마커의 변화를 조사했다.
일부 지표에서 긍정적인 경향이 관찰됐지만 연구진 역시 후속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파일럿 연구의 긍정적인 바이오마커 변화는 흥미로운 단서가 될 수 있지만, 질병 예방이나 임상적인 건강 효과가 입증됐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고순도 단일 스페르미딘은 추출물과 동일하게 비교하기 어렵다
식물 추출물과 고순도 스페르미딘은 같은 성분명을 표시하더라도 동일한 원료라고 볼 수 없다.
식물 추출물에는 스페르미딘 외에도 다른 폴리아민이나 식물 유래 성분이 함께 존재할 수 있고, 고순도 단일 성분은 조성과 섭취량 자체가 크게 다르다.
실제로 연구에서도 밀배아 추출물은 1mg 안팎의 스페르미딘이 사용된 반면 고순도 원료 연구에서는 하루 40mg이 시험된 사례가 있다.
제품을 비교할 때는 단순히 ‘스페르미딘 함유’라는 문구보다 원료 형태와 실제 스페르미딘 함량을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스페르미딘 제품을 볼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추출물 중량과 실제 스페르미딘 함량을 구분해야 한다
스페르미딘 제품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항목은 1일 섭취량 기준 실제 스페르미딘 함량이다.
예를 들어 밀배아 추출물 500mg이 들어 있다고 해서 스페르미딘 500mg을 섭취하는 것은 아니다. 추출물 전체 중량과 그 안에 표준화된 스페르미딘 함량은 완전히 다른 숫자다.
제품을 비교할 때는 다음 정보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유용하다.
- 스페르미딘의 실제 1일 섭취량
- 밀배아·쌀배아 등 원재료의 종류
- 추출물인지 고순도 단일 성분인지
- 스페르미딘 함량의 표준화 여부
- 제조사 시험성적 및 품질관리 정보
- 국내 판매 제품이라면 식품 유형과 기능성 표시 내용
함량 숫자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더 우수한 원료라고 판단하기보다는 어떤 형태의 원료를 어느 정도의 스페르미딘 함량으로 섭취하는지를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연구에 사용된 용량이 곧 권장 섭취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스페르미딘 연구에서는 약 0.9mg에서 1.2mg 수준의 식물 추출물부터 40mg의 고순도 성분까지 서로 다른 용량이 사용됐다.
이 숫자를 소비자가 그대로 ‘효과적인 하루 권장량’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연구마다 원료 형태, 참가자 특성, 연구 목적과 기간이 다르며 현재 사람에게 특정 건강 효과를 얻기 위한 최적 섭취량이 확립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페르미딘 섭취 전 알아둘 주의사항
현재 근거로 질병 예방이나 치료 효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스페르미딘은 노화와 오토파지 연구에서 충분히 흥미로운 물질이지만, 현재의 사람 대상 연구만으로 치매 예방, 심혈관질환 예방, 수명 연장 같은 효과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12개월 무작위 대조시험에서 주요 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은 제품의 마케팅 문구를 판단할 때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스페르미딘은 ‘항노화 효과가 입증된 성분’보다는 ‘노화와 세포 항상성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 중인 식이 성분’으로 보는 것이 현재 근거에 더 가깝다.
단기간 안전성 자료를 장기간 안전성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현재 공개된 임상시험에서는 비교적 양호한 내약성이 보고되고 있지만 연구 대상과 기간이 제한적이다.
하루 40mg 고순도 스페르미딘 연구 역시 37명의 건강한 남성을 대상으로 최대 28일 동안 진행됐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만으로 모든 연령과 질환군에서 장기간 고용량 섭취가 안전하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임신·수유 중이거나 만성질환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 항암 치료를 포함해 지속적으로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고함량 보충제를 임의로 추가하기보다 의료진과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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