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이 그토록 원했다고 전해지는 불로장생. 수천 년 동안 인간에게 ‘젊음을 되찾는다’는 이야기는 신화나 판타지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2026년, 이 표현을 단순한 상상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사건이 실제 의학 연구에서 시작됐습니다.

미국에서 OCT4·SOX2·KLF4, 이른바 OSK라는 세포 리프로그래밍 인자를 이용해 손상된 시신경 세포의 상태를 젊은 방향으로 되돌리려는 유전자치료제 ER-100이 최초 인간 임상 1상에 진입했습니다.

 FDA는 2026년 1월 임상시험 진행을 위한 IND를 허가했고, 개발사 Life Biosciences는 2026년 6월 9일 첫 참가자 투여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사람을 젊게 만드는 치료가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현재 시작된 것은 녹내장과 비동맥염성 앞허혈시신경병증(NAION)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을 먼저 확인하는 1상 임상시험입니다. ‘회춘 주사가 개발됐다’고 표현하기에는 아직 과학적으로 넘어야 할 단계가 많습니다.

세포의 나이를 되돌린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야마나카 인자는 성숙한 세포를 다시 초기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연구의 출발점에는 일본의 의사과학자 야마나카 신야가 있습니다.

야마나카 연구팀은 2006년 성숙한 생쥐의 체세포에 OCT3/4, SOX2, KLF4, c-MYC라는 네 가지 전사인자를 작용시키면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한 다능성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포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입니다. 2007년에는 인간 세포에서도 같은 원리가 입증됐고, 야마나카는 존 거든과 함께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노벨위원회가 제시한 핵심 이유 역시 ‘성숙한 세포가 다능성 상태로 재프로그래밍될 수 있다는 발견’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미 완성된 피부세포도 특정 신호를 주면 세포의 운명을 상당 부분 초기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문제는 완전히 초기화하면 원래 세포의 정체성까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부세포를 줄기세포 수준까지 완전히 되돌리는 것과 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를 젊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완전한 리프로그래밍이 일어나면 세포가 자신이 원래 어떤 세포였는지 정체성을 잃을 수 있고, 비정상적인 증식이나 종양 형성 가능성도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부분적 세포 리프로그래밍(partial cellular reprogramming)입니다.

세포를 줄기세포까지 완전히 되돌리는 대신, 원래의 세포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노화와 관련된 일부 분자적 특징만 젊은 방향으로 되돌릴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것입니다. 

이 접근법은 현재 노화생물학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지만, 장기간 효과와 조직별 안전성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입니다.

정말 늙은 세포가 젊어진 연구가 있었을까

생쥐에서는 부분 리프로그래밍으로 노화 관련 변화가 개선됐다

2016년 Cell에 발표된 솔크연구소 연구는 부분 리프로그래밍 연구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됩니다.

연구진은 조로증 생쥐 모델에서 야마나카 인자 OSKM을 계속 켜두는 대신 일정한 간격으로 짧게 작동시켰습니다.

그 결과 일부 노화 관련 세포·생리학적 지표가 개선됐으며 조로증 모델 생쥐의 수명도 연장됐습니다. 정상적으로 나이 든 생쥐에서도 근육 손상 회복 등 일부 변화가 관찰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결과가 사람의 노화를 되돌렸다는 증거가 아니라 동물 모델에서 부분 리프로그래밍이라는 개념이 작동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는 점입니다.

2020년 Nature 연구에서는 생쥐의 시신경 재생과 시각 기능 회복이 관찰됐다

현재 ER-100으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과학적 기반 중 하나는 2020년 Nature에 발표된 데이비드 싱클레어 연구팀의 논문입니다.

연구진은 발암 위험과 관련성이 큰 c-MYC를 제외하고 OCT4·SOX2·KLF4, 즉 OSK를 사용했습니다.

AAV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해 생쥐 망막신경절세포에 OSK를 전달한 결과, 시신경 손상 모델에서 축삭 재생이 증가했고 노화 또는 녹내장 모델에서는 일부 시각 기능이 회복되는 결과가 관찰됐습니다. 

DNA 메틸화와 관련된 후성유전학적 변화도 젊은 방향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연구가 관심을 받은 이유는 단순히 ‘노화 마커 숫자가 낮아졌다’는 데 그치지 않고 신경 재생과 기능 변화가 함께 관찰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생쥐 연구였습니다.

사람에게 적용된 줄기세포 치료 연구도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

iPSC 자체는 이미 인간 임상시험 단계까지 발전했다

야마나카 인자를 이용한 연구가 모두 ‘역노화 치료’인 것은 아닙니다.

iPSC를 먼저 만든 뒤 필요한 세포로 분화시켜 이식하는 재생의학과, 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 부분적으로 리프로그래밍을 일으키려는 ER-100 방식은 구분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파킨슨병입니다.

교토대 연구진은 iPSC에서 만든 도파민 신경 전구세포를 파킨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1/2상 연구 결과를 2025년 Nature에 발표했습니다.

7명이 안전성 평가에 포함됐고, 효능 평가가 가능했던 6명 가운데 일부에서 운동 증상 개선이 관찰됐습니다. 

PET 검사에서는 이식 부위의 도파민 합성 지표가 평균 44.7% 증가했고, MRI에서는 비정상적인 세포 과증식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파킨슨병이 줄기세포로 정복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소규모 초기 임상이기 때문에 더 큰 규모의 대조 연구에서 효과와 장기 안전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2026년 시작된 ER-100 인간 임상은 무엇이 다른가

몸 밖에서 세포를 만들어 넣는 것이 아니라 눈 안의 세포에 직접 작용한다

ER-100은 일반적인 줄기세포 이식과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연구자들이 환자의 세포를 꺼내 줄기세포로 만든 다음 다시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AAV2 기반 유전자 전달 시스템을 이용해 OCT4·SOX2·KLF4의 발현 장치를 눈에 전달합니다.

그리고 경구용 독시사이클린을 투여하는 동안 OSK 발현이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현재 등록된 임상시험에서는 ER-100을 한쪽 눈에 한 번 투여하고 독시사이클린으로 8주 동안 OSK 발현을 활성화합니다.

이 시스템의 목표는 세포를 완전히 줄기세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망막신경절세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일부 후성유전학적 상태를 젊은 방향으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대상은 건강한 사람이나 ‘노화’ 자체가 아니라 두 가지 시신경 질환이다

현재 ER-100 임상 대상은 일반적인 노화나 수명 연장이 아닙니다.

대상 질환은

개방각 녹내장(Open Angle Glaucoma)과 비동맥염성 앞허혈시신경병증(NAION)입니다.

ClinicalTrials.gov에 등록된 NCT07290244 연구는 최대 18명을 모집할 계획이며, 12명은 개방각 녹내장, 6명은 NAION 환자로 계획돼 있습니다.

참가자는 최대 5년 동안 추적 관찰됩니다.

‘FDA 승인’이라는 표현은 주의해야 한다

이 부분은 건강정보에서 가장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FDA가 ER-100을 노화 치료제나 녹내장 치료제로 승인한 것이 아닙니다.

FDA가 허용한 것은 IND, 즉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임상시험계획 승인입니다.

현재 ER-100은 승인된 치료제가 아닌 시험 중인 유전자치료 후보물질입니다.

지금 사람의 나이가 실제로 거꾸로 가고 있다는 뜻일까

후성유전학적 시계는 유용하지만 ‘진짜 나이 측정기’와 같지는 않다

노화 연구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후성유전학적 시계’입니다.

스티브 호바스는 2013년 DNA 메틸화 패턴을 이용해 다양한 인간 조직의 연령을 예측하는 이른바 호바스 시계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배아줄기세포와 iPSC의 DNA 메틸화 연령은 거의 0에 가까운 특징을 보였습니다.

이는 세포 리프로그래밍 과정에서 노화와 관련된 후성유전학적 특징이 크게 초기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관찰입니다.

하지만 후성유전학적 나이가 10년 낮아졌다고 해서 사람의 장기와 몸 전체가 실제로 10년 젊어졌다고 곧바로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후성유전학적 시계는 노화 연구의 유용한 바이오마커이지만, 인간의 기능적 노화와 수명 전체를 단독으로 설명하는 지표는 아닙니다.

‘노화는 정보가 흐트러져 생긴다’는 이론도 아직 확정된 정설은 아니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연구팀은 노화 과정에서 후성유전학적 정보가 손실되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노화 정보 이론(Information Theory of Aging)을 제안했습니다.

2023년 Cell에 발표된 생쥐 연구에서는 인위적으로 후성유전학적 혼란을 유도했을 때 노화와 유사한 변화가 나타났고, OSK를 이용해 일부 특징을 되돌리는 결과가 보고됐습니다.

흥미로운 가설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 연구가 노화의 원인을 완전히 증명했는지를 두고 논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화의 원인은 DNA 손상이 아니라 후성유전학적 노이즈로 밝혀졌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현재 근거보다 앞선 표현입니다.

‘회춘 주사’라고 부르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한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효과보다 안전성이다

세포를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연구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젊어짐과 세포 증식 사이의 경계입니다.

완전한 리프로그래밍은 세포의 정체성을 잃게 할 수 있으며, 과거 동물 연구에서는 테라토마와 같은 종양 문제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ER-100은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c-MYC를 제외한 OSK를 사용하고 발현 시간을 조절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렇다고 위험이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부분 리프로그래밍 분야에서도 세포 정체성 변화, 장기적인 종양 위험, 면역반응, 효과 지속 기간 등은 여전히 중요한 연구 과제입니다.

2026년 9월 현재 사람에서 회춘 효과를 보여주는 결과는 아직 없다

2026년 9월 4일 기준 ClinicalTrials.gov에는 ER-100 연구가 Recruiting, 즉 모집 진행 중인 1상 시험으로 등록돼 있으며 결과 데이터는 아직 게시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현재 과학적으로 말할 수 있는 표현은 다음 정도입니다.

“동물에서 가능성을 보인 부분적 후성유전학 리프로그래밍 기술이 처음으로 인간 안전성 검증 단계에 들어갔다.”

반대로 현재 말할 수 없는 표현은 이렇습니다.

“사람의 노화를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한 번 맞으면 10년 젊어진다.”
“불로장생 치료제가 나왔다.”

아직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인간 임상 결과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번 연구가 그렇게 중요한가

성공 여부와 별개로 ‘회춘 연구’가 실험실에서 인간 임상으로 이동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ER-100이 성공할지는 아직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신약 개발에서는 동물실험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인 기술도 인간 임상에서 안전성이나 효과 문제로 중단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럼에도 이번 임상이 과학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야마나카가 2006년 성숙한 세포를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을 보여준 지 약 20년 만에, 그 원리를 이용해 살아 있는 사람의 세포 상태를 부분적으로 젊은 방향으로 돌리려는 치료가 실제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Nature Biotechnology도 2026년 ER-100의 인간 임상 진입을 별도로 다뤘습니다.

진시황이 꿈꾼 ‘영원히 늙지 않는 인간’과는 아직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현대 의학이 던지는 질문은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노화를 막을 수 있을까?”에서 “노화 과정 중 일부는 되돌릴 수 있을까?”로 질문 자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앞으로 ER-100 임상에서 안전성이 확인되고 실제 시신경 기능 회복까지 반복적으로 증명된다면, 그때부터는 눈을 넘어 다른 조직과 노화 관련 질환에 적용할 가능성을 검토하는 연구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불로장생의 시대가 열린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세포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지를 처음으로 본격 시험하기 시작한 단계라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질문 1

Q. ER-100을 맞으면 실제로 사람이 젊어지나요?

A. 아직 그렇게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ER-100은 2026년 인간 1상 임상시험에 들어간 시험용 유전자치료제로, 현재 핵심 목적은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전신 노화나 수명을 되돌리는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질문 2

Q. 야마나카 인자로 사람의 생물학적 나이를 되돌릴 수 있나요?

A. 야마나카 인자는 체세포를 iPSC 상태로 초기화할 수 있고, 동물실험에서는 부분적으로 사용했을 때 일부 노화 관련 분자 지표와 기능이 젊은 방향으로 변화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에서 안전하게 생물학적 노화를 되돌릴 수 있는지는 아직 임상시험으로 검증해야 합니다.

질문 3

Q. 역노화 주사나 세포 회춘 치료를 일반인이 받을 수 있는 시기는 언제인가요?

A. 현재 ER-100은 승인된 일반 치료가 아니라 임상시험 중인 치료 후보입니다. 1상 이후에도 효과를 검증하는 후속 임상과 규제 심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용화 가능 시점을 현재 확정할 수 없습니다. 특히 ‘10년 젊어지는 주사’처럼 구체적인 회춘 효과를 광고하는 치료는 현재 과학적 근거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